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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을 위협하는 무서운 기생충, 폐포자충

기사입력 2020-07-10 오전 10:15:45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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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포자충이 의사들에게 처음 알려진 것은 2차세계대전 때였다. 심장질환이 있던 미숙아에게 폐렴이 생겼는데, 처음 보는 미생물이 폐포벽에 붙어서 염증을 일으키고 있었다. 이것이 바로 폐포자충이었다.

 

 

폐포자충이 뭐죠?”

 

아무래도 안 되겠어. 콜록콜록. 병원에 가봐야겠네.” 올해 45세인 A씨가 감기 증상을 호소한 것은 이틀 전이었다. 열이 나고 기침이 나는데, 이전에 타 놓은 해열제를 먹어도 나아지는 기색이 없었다. 안 그래도 A씨는 감염에 예민한 편이었다. 당뇨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신장이 망가졌고 10년 전 신장이식 수술을 받아 새로운 삶을 사는 중이었다. 당시 A씨의 남동생으로부터 신장을 기증받았지만 아무리 남동생이라 해도 A씨의 몸은 그를 타인으로 받아들였고, 그 신장더러 당장 물러나라!’며 공격을 감행할 터였다. 이식 후 5년이 지났을 무렵 거부반응이 심하게 일어나 신부전이 찾아온 건 그 일환이었다. 그래서 A씨는 면역을 억제하는 약을 복용했고 약해진 면역을 틈타 이런저런 병원균이 쳐들어왔다. 잦은 감기에 시달린 것도 그렇지만 폐결핵에 걸려 6개월간 약을 먹어야 했던 쓰라린 경험은 A씨에게 트라우마였다. ‘그저 감기 같은 거라면 좋겠어.’ 병원에 가면서 했던 A씨의 생각은 의사의 다음 말에 산산이 부서졌다. “폐렴 같은데요. 입원하셔야겠어요.” 의사는 A씨에게 항생제를 처방했지만, A씨의 증세는 갈수록 악화됐다. 산소를 공급하는 호스를 코에 꽂은 A씨에게 의사가 말했다. “그냥 폐렴이 아닙니다. 아무래도 폐포자충 같아요.” “...뭐라고요? 그게 대체 뭐죠?”

 

약해진 면역력을 파고드는 폐포자충

 

폐포는 폐에 있는 수많은 들을 일컫는다. 우리가 숨을 쉬면 공기가 기도를 타고 폐포 안에 들어간다. 이 폐포 하나하나의 경계를 이루는 폐포벽의 모세혈관을 통해 적혈구가 산소와 결합한다. 적혈구는 심장으로 갔다가 다시 우리 몸 전체에 산소를 가져다주는데, 폐포벽에 미생물이 붙어 있으면 얘기가 달라진다. 우리 몸이 그 미생물을 으로 규정짓고 총공격을 하는 것이다. 이걸 의학적으로 폐포벽에 염증이 생겼다라고 말한다. 이 경우 폐포벽에 있는 모세 혈관과 폐포 사이에 산소를 교환하는 게 힘들어진다. 산소가 모세 혈관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는데 백날 숨을 쉬면 뭐 하겠는가? 그 결과 호흡곤란, , 기침 등의 증상이 있을 수 있고 더 진행되면 손 끝이 파래지는 청색증이 찾아온다. 청색증은 몸 안에 산소와 결합 하지 않은 적혈구가 많아질 때 생긴다.

 

처음 발견됐을 때만 해도 이런 미생물이 있더라정도로 넘어갔지만, 폐포자충은 1980년대 들어 갑자기 주목을 받게 된다. 1980년 대는 후천성면역결핍증, 일명 에이즈라는 질병이 폭발적으로 발생했던 시기다. 에이즈 환자들은 면역이 약해 각종 감염에 시달렸지만, 그들을 가장 괴롭히고 또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은 바로 폐포자충이어서, 에이즈 환자의 절반 이상이 폐포자충으로 죽었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였다. 그때 비로소 이 미생물에 대한 연구가 시작됐다. 먼저 정체성 논란. 폐포자충은 곰팡이의 특성과 기생충의 특성을 모두 가지고 있어서 그 정체가 무엇인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기생충학자에겐 안타깝게도, 곰팡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이겼다. 둘째, 어떻게 전파되나? 호흡기를 침범하는 녀석이다 보니 아무래도 공기를 통해 전파될 것이란 추측이 우세했는데, 과연 그랬다. 셋째, 누가 걸리나? 폐포자충은 매우 흔해서 살아가는 동안 한 번 안 만나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그렇다면 다들 폐포자충에 걸리는 거겠네라고 생각하겠지만 그건 아니다. 처음 발생한 이가 심장질환이 있는 미숙아였고 그 후 에이즈 환자에서 대량 발생한 것에서 보듯, 폐포자충은 면역이 약한 사람만 괴롭힌다. 건강한 사람의 몸속에 폐포자충이 들어가봤자 숫자를 늘리지도 못한 채 도망쳐 나오는 게 고작이다.

 

폐포자충의 치료, 그 후

 

A씨가 폐포자충에 걸린 것도 그가 신장이식 수술을 한 뒤 면역억제 치료를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면역질환 등의 이유로 스테로이드를 쓰는 이가 많다 보니 그들에게 폐포자충 감염이 빈번한데, 한 연구에 의하면 폐포자충 환자의 91%가 최근 한 달 안에 스테로이드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치료약은 있을까? 다행히 있다. 박트림(Bactrim)이라고, 폐포자충의 DNA 합성을 억제하는 약제가 제법 효과적이다. 꾸준히 박트림을 쓰자 A씨의 상태는 점차 회복됐다. 하지만 그의 앞날이 그리 밝은 것만은 아니다. A씨의 몸속에 있는 남동생의 신장은 A씨의 면역계로부터 계속 공격을 받을 것이고, 이 현상을 막기 위해 면역억제제를 쓰면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던 폐포자충이 침투할 수 있으니 말이다. 약한 이를 괴롭히는 이를 기회주의자라고 부른다. 그런 면에서 폐포자충은 가장 악질적인 기회주의자, 기생충학자 입장에서 본다면 폐포자충이 기생충이 아니라고 판명된 게 다행일 듯싶다.

 

자료제공 -

글 서민 단국대학교 의과대학 기생충학과 교수

한국건강관리협회 건강소식 20206월호 발췌

 
 
 
 
 
 
김동욱 기자 (sj_inj_ki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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